당신의 믿음은 정치적 신념보다 강한가?

14,583 2019.03.0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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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정치성향은 출신지역, 가정환경, 그리고 어릴 때 영향을 받았던 책이나 사람을 통하여 형성된다. 이렇게 다져진 한 개인의 정치성향은 각종 이슈에 대한 의견 개진으로, 때로는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열성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열심은 프로 스포츠 구단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써포터즈들을 능가할 정도다.

이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보수든 진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 편의 성향을 가지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하게 고집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자신과 다른 편에 서 있는 이들을 폄하하거나 적대시하는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 믿음보다 강하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과 정치성향이 다른 이들과 다투는 일들은 온라인(online) 상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전투 시 자기 모습은 숨기고 적을 공격하는 군인처럼 어떤 이들은 익명성을 참호로 삼아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판단하는 이들을 향하여 비난의 화살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댄다. 상대가 자기주장을 펼칠 때는 경청해야 하고 공감할 만한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어야 함에도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상대를 물어 죽일 듯이 덤벼들기도 한다.

더 당황스러운 경우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제시되어도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무조건 편드는 경우다. 기독교와 예수님이 비난 받을 때는 가만있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이 비난 받을 때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에는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마음까지 든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는 타협할 수 있는 것과 타협할 수 없는 것, 내어 줄 수 있는 것과 내어 줄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판단을 내릴 때는 자신이 내린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를 해야 하며 자신이 내린 판단도 다른 이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이나 이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는 자기 생각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자기 입장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기독교적 가치가 훼손당할 때, 특히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과 타협할 수 없는 복음이 훼방 받을 때에는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행 4:19-20)고 말했던 사도들처럼 불신앙의 세력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믿음의 형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상속받을 공동상속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군들끼리 물고 뜯고 싸우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원수들을 멸하시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대하 20:22-23). 만약 기독교인들끼리 패를 나누어 서로 다툰다면 모두를 위하시는 하나님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가?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 중에는 열심당원(가나나인) 시몬도 있었고 세리 마태도 있었다(마 10:3-4).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받기 전까지 이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서로 상반된 입장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열망했던 열심당원 시몬에게 있어 세리 마태는 제거해야 할 적폐세력이었을 것이요, 식민통치를 받는 상황을 자기 이익의 도구로 활용했던 마태에게 있어 열심당원 시몬은 자기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주님에 의하여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다음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었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같은 삶의 목표를 위하여 동역하였다.
 
어느 때보다 사상과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오늘의 시대, 기독교 가치관은 물론 전통적인 가치관까지 전도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두 가지 자세가 요구된다. 하나는 기독교적인 가치를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태도는 진리를 거슬러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진리만을 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자세가 아니다(고후 13:8). 다른 하나는 자신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혁주의 전통을 의지함과 동시에 자기를 부인하는 겸손한 자세이다. 이러한 균형 잡힌 자세는 정치적 신념을 넘어서는 성경적인 믿음을 가질 때에만 소유할 수 있다. 당신의 믿음은 어떤가? 정치적 신념보다 강한가? 약한가?

이 글은 2019년 3월 2일(토) 개혁신보 제 788호에 실린 시론입니다(http://repress.kr/1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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