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목사(The Reformed Pastor)가 바른 교회를 세웁니다

8,730 2011.11.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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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합신 교단 태동기와 3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신학교가 있고 미약했던 교회 숫자도 9백여 개로 늘어났다. 자랑할 만한 교회와 설교자도 있으며 교단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외적인 형편이 좋아졌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뿌리 깊은 인간의 죄된 본성과 세속주의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이 땅의 많은 목사들과 교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어두운 사회를 등불처럼 밝혔던 교회는 버려진 소금처럼 짓밟히고 있고 개혁의 주체였던 목사들은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금에 이르러는 목사 없이 교회를 이루려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목사 없이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가? 벨직 신앙고백서 제 30조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는 이 참 교회가 우리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 질서에 따라 다스려져야 함을 믿는다. 또한 장로들과 집사들도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목사와 함께 교회 회의를 구성한다”.

어느 단체든 지도자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의 서고 넘어짐은 목사의 서고 넘어짐과 그 운명을 같이 한다. 따라서 개혁된 목사 없는 교회 개혁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개혁된 목사가 될 수 있는가? 먼저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신학은 교회를 섬기는데 봉사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교회를 섬기는 목사는 당연히 신학자가 되어야만 한다. 모든 목사가 전문 신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목사라면 신학적 깊이를 더하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안타까운 것은 신학은 도외시하고 신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프로그램의 도입에만 열을 올리는 목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느 세미나에 다녀온 한 목사는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신학적 소신을 다 내려놓았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현대 목회자들이 신학 경시 내지 신학 무시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혁주의 전통보다 이 시대에 유행하는 목회 프로그램의 도입을 우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회 성공에 목말라 있기 때문인가? 그런 목회자들도 있지만, 모든 목회자가 성공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주님과 영혼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미나에 참석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목회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교회 개혁보다 교회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고,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면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기형적인 교회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바른 교회를 이루는 도구는 바른 신학이지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 교단은 개혁주의 신학을 근간으로 삼는 교단이다. 개혁신학은 한 세대 안에 만들어진 한 개인의 신학체계가 아니다. 종교개혁 이후 5백여 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신학체계이며,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맥을 같이 해 온 가장 성경적인 신학이다. 그런데 신학교 교수들 중에도 개혁주의 신학은 다양한 신학노선 중의 한 부류일 뿐이라면서 개혁신학을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합신 교단은 공식적으로 개혁주의 신학을 표방하는 교단이다. 이 교단 안에 있다면 개혁주의 신학의 원리를 따라 가르치고 목회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혁된 목사는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의식에서 떠나는 순간 타락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많은 목회자들이 사단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일부 목사들의 무분별한 교회 재정 사용과 성 스캔들 문제는 남의 문제만이 아니다. 스펄전은 “설교자는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거울이요 눈으로 배우는 학교요 눈으로 읽는 책이다”라고 하였다. 맥체인은 “내가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거룩함이다”라고 하였다. 목사는 이 거룩함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바른 교회는 개혁된 목사를 통해서만 세워진다. 바른 교회란 윤리 도덕적인 면에서 흠이 없는 교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른 교회란 부족하고 흠이 있어도 그리스도만을 자랑하고 그리스도만으로 만족하는 교회이다. 세상 경영학과 일반 심리학의 원리에 기초한 프로그램들을 지양하고 선진들이 남겨 놓은 개혁교회 전통을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목회 수단으로 알고 따르는 교회이다. 바른 신학에 근거하여 말씀을 전하고 장로교 원리에 따라 치리되는 교회가 바른 교회이다.

올곧은 길로만 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 진리와 관계되지 않는 문제들은 품고 가는 넓은 아량, 그리고 하나님만을 경외하는 의식으로 무장된 개혁된 목사를 통해서 이 땅에 바른 교회가 더 많이 일어나기를 소원해 본다.

* 이 글은 2011년 4. 23(토) 개혁신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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