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시와 초자연 계시에 대하여

19,965 2011.11.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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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시와 초자연 계시에 대하여

최덕수 목사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흔히들 ‘이 말씀은 성경을 여는 열쇠와 같다’고 말합니다.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믿어지면 다른 성경 말씀들도 자연스럽게 믿어지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라고 해서 하나님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고,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 인식은 하나님 그분을 곧 바로 인식하는 것으로는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원칙적으로 인간은 하나님 그분 자체를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나님께서 400년 동안 종살이했던 이스라엘을 이끌어 내기 위해 모세에게 스스로를 계시하실 때에도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출 3:6)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1장 20절에서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인간은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과 하나님이 역사 가운데 이루어 오신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자연 계시’라고 말합니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솜씨와 재능을 가늠하고 역사와 유물을 통해서 그 당시 인간의 존재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은 이 우주 만물과 역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실재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혹 인정한다 하더라도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으로 믿지 않습니다. 우주만물을 통해서, 역사를 통해서 하나님 그분 자신의 살아계심을 증거하셨음에도 ‘당신이 살아 있다면 살아 있음에 대한 증거를 보여 보라’고 하나님을 향해 소리칩니다.

그런데 이런 도전에 응하는 어떤 이들은 ‘내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겠다’고 감히 말합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증명하여 보여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신의 존재를 논증하는 방식인데, 그 중의 하나가 우주론적 논증입니다. 우주론적 논증은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대개 이런 것입니다. '본래 이 세상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다면 지금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엄연히 이 세상은 존재하고 있고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앞서 존재하고 있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그분은 적어도 이 세상보다 더 크신 분이라야 하는데,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을 통한 논증 방식으로는 하나님의 존재가 규명될 수 없습니다. 이런 논증 방식이 믿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을까요?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무한으로만 존재하시지 않고 넓고 광활한 이 세상을 만드심으로만, 그리고 인간이 가진 추론 능력을 사용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을 읽어낼 때에만,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범죄함으로 인간의 추론 능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말한 바대로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 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습니다(롬 1:23).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알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초자연 계시’라 부릅니다.

인간은 이 초자연 계시에 의존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학문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이 계시고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일도 하나님께서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생명체를 만드셨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하나님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두 대상의 격차가 심히 크다는 것을 설명할 때, 흔히 ‘하늘과 땅 차이’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존재합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의 구별보다 더 절대적인 구별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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