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11,656 2016.08.23 16:27

짧은주소

본문

수련회 출발 전에 받은 현산신문을 보고 글 올립니다.
좌윤영 형제가 쓴 글을 보다보니,
청년부때 올린 짧은 글감이 떠올라서요.

어떻게 나눌지 몰라서 홈페이지에 남겨봅니다.
부끄럽지만 유익한 나눔이 되었으면 하네요~

//

레지던트 이블

최근 지하철 역사를 지나가다가
낯익은 영화제목이 눈에 띄어 쳐다보았다.
좀비물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봤던 좀비물 레지던트이블 4
왜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몇몇 장면들이 생각나면서
이미 봐버린 뒤의 괜한 궁금증으로
개봉하면 봐야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개봉일을 기다리는 동안
이전 시리즈들을 모두 찾아보았다.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게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든 요인인 것 같은데
시리즈물들을 처음부터 훑으면서 내가 발견하게 된 건
그녀의 매력 외에, 여러 가지 허점들이었다.
스토리 구성도 좀 엉성했고,
전개과정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니까...어느 정도 넘기기로 하고...

1편을 다 본 후에 2편을 보는 동안 나는,
(문화신학 책나눔 중 영화 글래디에이터 편을 통해
영화를 심도 있게 볼 줄 아는 방법에 자극을 받아 그랬는지)
영화 속에서 말씀의 메시지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묵상중인 말씀들이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는데...

‘나는 전설이다’ 나 ‘데이 브레이커스’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파괴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말씀이 적용되는 “레지던트 이블”은,
말 그대로 거주하는 악마를 의미한다.

이 악마, 영화 속의 좀비들은,
처음엔 인간이었다가 T바이러스라는 물질의 감염으로 죽은 후,
잔존하는 뇌파 전류의 자극으로 육체만 다시 깨어서
기본적인 욕구, 식욕 정도만 가지고 몇날 며칠을 살아가는데
감염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흉물스럽고 파괴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사건의 배후에는 거대 기업의 세계 장악 음모가 숨어있다.

영화를 보면서, 문화신학 “개조인간” 편에서 접했던
- 최고인류, 최고군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강대국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생체연구보고들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름이 돋았다.
인간을 단순 단백질 덩어리로만 여기기에 가능한 이 만행들.

나는 이러한 내용들을 지켜보면서,
특히나 영혼 없이 육체만으로 살아가는 좀비를 보면서
영적으로 죽어있는 세상 사람들과
영적으로 잠들어 있는 교회들을 떠올렸다.
기본적인 욕구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좀비들이,
영의 양식인 말씀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하나님을 잊고 육체적 쾌락에만 빠져 살았던 이스라엘 또한
화려하고 빛나는 옷을 입고 기름진 피부로 감싸여 있긴 하나,
하나님 앞에 그 영혼은 썩어 문드러진 좀비들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냥 육안으로 보기에 덜 흉하고, 덜 무섭게 느껴질 뿐이지
그 껍데기 속의 영혼은 악한 세상의 T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점점 손쓸 수 없이 변이해가고, 마침내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서
추하고 더러운 악마의 재창조물이 되는 것이다.

영화 속 이 거대 음모에 대항하는 생존자들은
T바이러스를 막을 백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현실세계 우리에게도 이 백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오염된 영혼을 찌르고, 나의 골을 쪼개어 깨닫게 하시는
바로 성경 말씀.

실제로 좀비들을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머리를 자르거나 뇌기능을 파괴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육체가 완전히 끝장난다는 설정은
죄(sin) 죽임의 측면과도 연관 지어 얘기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내 이성과 자아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옛 자아를 죽이고,
끝내는 거듭난 자아까지도 계속 괴롭히는
이 육체가 완전한 죽음을 맞이할 때,
그래서 모든 죄의 문제가 더 이상 우리를 간섭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부활과 구원에 참여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지금 이 세상엔 T바이러스가 이미 만연하다.
그 바이러스의 크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우리 삶의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 생각과 행동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본질을 흐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망각케 한다.

지금 우리 지체들의 영혼은 안전한가?
우리가 잊기 쉬운 추악하고 끔찍한 죄성, 우리가 대적하고 있는 악의
실체는 영화에서 표현한 것 이상일 것이다.
눈을 가리고 보지 않는다고 이들의 실체가 부정되진 않는다.
레지던트 이블. 현재 우리는 이들과 전쟁중이다!


since 2010
댓글목록

차선미님의 댓글

공감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청년시절부터 깊은 생각과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네요. 정말 너무나 화려하고 그럴 듯한 포장으로 수 없이 쏟아지는 영화들을 올바로 분별하도록 우리 아이들을 잘 무장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