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경 성도님의 열정어린 제안에 감사드리며 설교문을 만들자는 제안에 답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설교를 프린트물로 만들어 드리는 것은 설교자인 저나 청중인 성도님들에게 큰 유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첫째, 설교는 ‘선포는 되는 말씀’이지 ‘쓰여진 글’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설교하기 전에 워드로 설교전문을 다 작성해서 합니다(각종 설교는 물론 구역장 성경공부용 교재도 워드로 작성합니다). 그러나 다른 설교자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설교 시, 이미 작성된 설교문을 그대로 읽지는 않습니다. 같은 설교문이라도 청중에 따라서, 시대적인 상황이나 영적인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설교자는 청중들의 표정과 눈빛 등을 고려하여 설교합니다.
그러다 보면 설교문에는 없는 내용을 첨가해서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설교문에 있는 내용을 말하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설교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있는 행위이기에 간혹 준비하지 않았던 내용을 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설교문과 설교되어진 설교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저의 주장에 대해서 ‘그렇다면 설교한 후에 설교된 내용을 다시 요약하거나 수정 내지 보완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는 제안을 하실 수 있을 것인데요, 모든 설교와 가르침을 혼자 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한 목회자가 공예배 세 번의 설교와 성경공부, 구역모임 교재 작성, 새벽기도회 준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설교 후에 또 다시 설교문을 수정 보완하거나 요약해서 배포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 목회자는 설교 외적인 행위에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됨으로 실제로 말씀의 깊이는 없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설교는 예배 중에 되어지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예배 시 선포되는 설교문을 배포하면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예배에 소홀해 지게 됩니다.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글로 읽으면 되기 때문이지요. 만약 설교 시 설교문을 사전에 배포하면 성도들은 눈을 아래 설교문에다가 두게 되고 설교자와의 교감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설교문을 설교 후에 배포하면 청중은 설교를 들을 때 긴장해서 설교를 듣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놓친 부분도 나중에 설교문을 읽으면 되기 때문이지 요. 무엇보다 설교는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행위가 아닌 예배 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예배 행위입니다. 설교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 행위인데, 만약 설교문을 작성하면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으로 설교를 듣게 되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저희 교회에서는 주일 낮예배와 밤예배 설교를 녹음해서 필요한 분들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성도들은 모든 공예배에 참석해서 설교를 들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 녹음을 해서 배포하는 이유는 정말 시간이 없거나 여러 가지 상황이 따라 주지 않아서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분들의 유익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성도들에게 유익이 되기도 하지만 해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각종 설교자들의 설교 테잎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유명한 교회 큰 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의 설교도 원하면 테잎이나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길들여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배에 소홀히 하게 됩니다.

현산교회에서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테잎을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설교 때에 가졌던 의문들은 주일 낮예배 후 점심식사 시간이나 또 다른 기회에 저에게 말씀해 주시거나 신앙지식이 더 많은 분에게 질문해서 해결하면 될 것입니다. 성도들끼리 식사할 때 선포된 말씀으로 교제하면 얼마나 큰 유익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신앙에 대한 기본도리는 제가 1년 정도 강해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 대부분 나타나 있습니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강해는 신동창 집사님께 부탁하시면 mp3 파일로 녹음된 CD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말씀을 알아가는 일에 열심을 내시는 노은경 성도님에게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성령님의 은혜가 풍성히 부어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