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4,399 2007.06.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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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분에 넘치는 직분을 받았는데 거기에 더하여 또 더한 축하와 인사를 받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직 전도사입니다. ㅎㅎ. 10월에 노회에서 정식으로 인허를 받은 후에야 강도사가 됩니다. 절차상으로는 아직 총회의 허락과 노회의 인준이라는 어쩌면 고시보다 더욱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시험을 치루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됐습니다. 사실,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저 생각의 꼬투리 정도로만 남아있던 것들이 시험을 치루고 나서, "강도"라는 직책을 이제 정식으로 교회와 노회 앞에서 "인허"받는다는 사실과 그 의미가 여러가지로 다가옵니다.

가장 큰 생각은, 과연 내가 교회 앞에서 "도"를 "강론"할만한 자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자기 반성과 고민이었습니다.
신동창 집사님께서 "좋은 말씀의 사역자 3인"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저는 이 3인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못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합니다. 왜냐면 저는 아직 "전도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하는 "말씀"의 권위도 제 "전도사"라는 직분에 따라 낮아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제 위치가 나타내는 의미가 "말씀의 권위"를 빌려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또 넘어설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 뭔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하는지...................................

목사님과 같은 말씀의 사역자라고 동급으로 여겨지는 듯한 3인에 들어가기에는 제가 너무 모자라고 창피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그냥 훌륭하신 목사님 두 분과 전도사. 이렇게 불러주세요. ㅎㅎㅎ

그저 학생이고 청년 때는 말씀을 읽는 것 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물론 그 말씀 앞에 자아가 충돌할 때의 충격과 애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이 먹여주는 진리의 양분은 저의 모든 것을 채우고도 남음이 있었고 기쁨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그 말씀의 기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 말씀의 기쁨 외에도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그것도 모자란 실력을 동원해서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저를 좀 힘들게 합니다. 말씀을 바로 전해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강령 앞에 "말씀"을 "내 말"로 만들어버리는 저의 경박함과 천박함, 모자람들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이 제게는 참 힘듭니다.

얼마전에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성격검사"이야기를 잠깐하셨는데요. 저는 사실 목사님보다 더 심각합니다. ㅎㅎ. 저는 매우 내성적이고 은둔적인 성격입니다. ㅎㅎ. 믿기지 않으시죠? 잘 숨기고 드러내지 않고 있었는데 성격검사 하는 바람에 목사님과 사모님께 들키고 말았습니다.
어릴 때 부터 혼자 책보고 글쓰고, 생각하는 일들이 몸에 배어서 지금도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편지를 쓰는 것이, 설득을 하는 것보다는 설명을 하는 것이, 전화보다는 메신저 채팅이 더 편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쉽게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합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지요. 선우가 이걸 조금 닮은 것 같아서.. 염려가 됩니다... . . . ㅠㅠ

말을 유창하게 하는 일이 제게는 어렵습니다. ㅎㅎ. 무엇보다 제 생각을 남에게 표현하는 일은 쥐약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친구는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도 정작 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라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는 어찌된 일인지 "말씀을 전하는 자"로 부르셨습니다.
저는 어릴 때에는 "사역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공부에 치여서, 또 가정을 떠나 살다보니 약간의 탈선으로 교회를 떠났었습니다. 대학에서도 신앙을 유지하는 것자체가 어려웠고, 한동안은 유물론적 무신론을 믿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 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그 쪽 계통으로 나가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저를 그렇게 두지 않으셨습니다. 저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두면, 그냥 평신도로 두면 똑 바로 살아가지 못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아시기에 저를 사역자로 세우신 것 같습니다. 아예 세상과는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신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저는 또, 모든 분들보다 연약한 신앙의 소유자인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비실대 보이셨으면 아예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 그것도 가장 좋은 곳에 넣어 두셨겠습니까.

실제로, 저는 부끄럽지만, 사역을 하는 동안에도 다른 길을 기웃거린 적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그 정도였습니다. 제 수준이. 제 실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저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교회로 부르시더니, 교회에서 교사를 시키셨고, 어느 날 부터는 전도사로 만드셨고, 때가 되자 또 이제는 '강도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 일도 제게는 또 부담이요 과분합니다. 제가 과연 이 이름을 감당할만한가.... 과연 내가 말씀을 강론하는 "강도"를 하는 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의 마음을 강탈하는 "강도"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 자신이 없다는 것이지요...... 겸손이 아니라, 본심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 현산교회에 들어왔을 때의 그 마음 그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무엇이냐면 저는 현산교회에 계속 빚은 지고 싶은 마음 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빚을 져서 아마 평생을 갚아도 다 못갚을 그 빚을 더 지려고 합니다.
목사님이 제게 주시는 그 말씀의 빚을 저는 가장 사모합니다. 저는 사역자이나 동시에 말씀을 사모하는 신자요, 말씀을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입니다. 말씀 없는 신앙, 혹은 잘못된 말씀이 얼마나 위험하고 악한 것인가를 저는 온 몸으로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씀을 듣는 일"이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합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목사님의 설교를 어떻게든지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왜냐면 그냥 흘리기에는,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받아 심령의 은혜를 받음은 물론이고 들어 이해하여 신학과 신앙, 설교에 직접적이고 큰 유익을 받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목사님께 이 빚만큼은 좀 더 많이 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빚만큼이나 교회의 성도 여러분들의 사랑과 기도의 빚을 좀 더 많이 지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교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 빚도 충분하다 못해 넘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런 사랑의 빚을 ...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느 누구에게도 받아 본적이 없습니다. 안장로님과 홍권사님께서는 제가 현산교회 사역자이기 전부터 매주일 아침 식사를 챙겨주셨습니다. 그 때는 선우 엄마가 주일학교 전도사였지요. 주일 아침에 현산교회에 데려다 놓고 저는 제가 사역하는 교회로 돌아갔습니다. 그 때도 주일 아침마다 저를 먹이셨습니다. 그 아침밥이 지금까지입니다. 그 밥먹고 저희가 주일 사역을 했습니다. 그 밥먹고 선우도 생겼고 신학교 졸업도 하고 강도사 고시도 봤습니다. 안장로님, 홍권사님 만이 아닙니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저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 분은 쓰고 어느 분은 안쓰면 안될 것 같아서 적지 않는 것입니다. 제 마음 아시죠?
무엇보다 기도의 사랑, 기도의 빚이 가장 큽니다. 기도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그 사랑, 기도로 제게 좀 꾸어주십쇼. 그게 저를 살려주시는 것입니다. ㅎㅎ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오직 "말씀"을 전하고 "제 말"은 전하지 않도록, 정말 말씀만을 전하도록, 그것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그 빚만큼은 정말 꼭 모든 분들께 지고 싶습니다.

그 빚은.. ㅎㅎ. 하나님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 ㅎㅎㅎ. 제가 뭐.. 가진게 있습니까?............ㅎㅎㅎ

짧게 두어줄만 써야지 했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다시 한번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꾸우~~~~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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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경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