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채 사모님을 찾아 뵙고서...

9,540 2011.03.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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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 만에 동기 목사님 두 가정과 함께 강정채 사모님(내가 부목사로 사역했던 화성교회 장경재 목사님의 아내)을 찾아뵈었다. 올해 88세이신 사모님은 10년 전 장경재 목사님이 소천하신 이후 홀로 목동 아파트에서 지내오셨다. 그러다가 작년 11월에 아파트를 처분하시고 분당에 있는 실버타운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 우리들이 방문하자 사모님은 목사 세 가정이 방문한 것을 너무 황송하고 고마워하셨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 한 편에 송구한 마음을 억누를 길 없었는데, 그것은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의 사랑 없음이 생각나서였다.

故 장경재 목사님과 강정채 사모님을 빼놓고는 오늘의 나를 생각할 수가 없다. 1970년,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 화곡동으로 이사를 와서 나간 교회가 바로 장경재 목사님이 1967년에 개척하셨던 화성교회였다. 당시 주일학교는 부흥기에 있었고 나는 형과 여동생과 함께 너무너무 즐겁게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우리 가정은 마산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주기철 목사님이 시무하셨던 제일문창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그렇게 십 칠년을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던 중 삶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내려놓고 1989년 가을 한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고, 그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아내의 형부가 내가 어릴 때 다녔던 화성교회 중등부 전도사로 시무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장경재 목사님이 여전히 시무하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이런 하나님의 섭리하심으로 나는 고신대학원에 진학하려던 뜻을 바꾸어 1991년 장 목사님의 추천으로 합동신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장 목사님과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해 5월에 장경재 목사님이 교육전도사로 일해 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셔서 화성교회에서 10년을 사역하고, 2000년 11월에 현산교회를 개척하게 된 것이다. 어릴 때 잠시 다녔던 화성교회와의 인연이 이렇게 얽혀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 아버님이 밀양에 사시는데 장경재 목사님 부친의 묘소가 밀양 마산교회 옆의 작은 산에 있는 이유로 아버님은 강정채 사모님과도 자주 연락하시고 만나뵙기도 하셨다. 내 어머니는 우리 가족이 화성교회에 다닐 때 장경재 목사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런 연유로 우리 가정은 故 장경재 목사님과 강정채 사모님과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런 관계를 생각하면 마땅히 강정채 사모님을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명절 때나 화성교회 행사 때 몇 번 찾아뵙기만 하고 정기적으로 찾아뵙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제 화성교회 부교역자로 함께 사역했던 동기 목사님 가정과 함께 찾아뵙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요즘 강정채 사모님은 ‘이제 저의 생명을 거두어 가시라’고 기도하신다고 한다. 하늘나라에 계신 장경재 목사님 곁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으시겠지만, 무엇보다 주님을 너무 사랑하셔서 주님을 보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나는 연세드신 어른들이 모습에서 주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소원대로 연세 많으신 성도님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정채 사모님의 모습에서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 사람을 날로 새로지도다”(고후 4:16)는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너무 기뻤다. 강정채 사모님은 “예수 믿게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자청하여 “영혼의 햇빛 예수여.... ”라는 찬송을 부르셨다. 인생은 지나간다. 세상 정욕도 지나간다. 나 역시 그렇게 사라질 것이다. 어느 새 나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어차피 지나가는 인생인데 할 수만 있으면 더 크게 주님으로부터 쓰임을 받고 싶다! 더 거룩한 삶을 살고 싶다! 영혼을 뜨겁게 사랑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답게 전하는 설교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그분을 앙망해야 한다. 주여! 부족한 자에게 은혜와 자비를 더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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