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기도 vs 행동하는 기도

7,810 2012.02.2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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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하나님과 나와의 친밀한 만남이죠. 우리는 조용하고 차분한 곳에서 하나님과 더 가까이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면 기도 그 후에는? 모든 것의 열쇠와 결론은 하나님만 아시고, 또한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이루실 것이기에 우리는 조용히 기도만 하면 될까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들을 이해하고 구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카페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후 저도 그곳에 가입해서 정보도 듣고 위로도 받고 있습니다. 그곳의 운영진들은 이단 사이비를 연구하고 그곳에 빠진 영혼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모든 것을 쏟아 헌신하는 성도들, 목사님들입니다.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이 사이비에 빠져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수년동안 방법을 찾기위해 동분서주 하고 계시지요.

이런 가운데 얼마전부터 사이비 교주를 법정에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들도 제시되었구요. 기도 후원은 물론이고, 물질 후원, 홍보에 참여 하기 등등...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의로운 일에 함께 해주실 거라고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분들에게 반발하는 분들이 생긴 것이죠.

현재 카페 내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기도만 할 게 아니라 기도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발벗고 나서자는 부류, 사이비는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하나님이 하시도록 내버려두고, 교주가 죽으면 끝날 것이니 나서지 말고 기도하며 기다리자는 부류, 가족을 설득하는 일에 지쳐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방관하는 부류.
저는 세 번째 부류에 가까웠습니다.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고, 장외 홍보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물질로도, 기도로도 헌신하지 않았지요. 가족이 안타깝고 걱정되면서도 내가 뭘 할 수 있나 하는 절망감에 그냥 방관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것이 늘 마음에 걸렸고, 제 마음 속에서는 "너 혼자 골방에 들어가 기도만 하면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실까? 의를 위해 행동할 때 하나님께서도 함께 싸워주시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자포자기 한데는 우리나라 교회의 모습에 실망감이 컸던 이유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교회에서 성도들이 사이비에 미혹되어 떠나가는 데도 방관만 하거나 남아있는 성도들만 단속하는 데 급급해 하는 모습들, 한기총이 결집하면 그 까짓 사이비들 몰아낼 수도 있을텐데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느라 영혼이 썪어가는 성도들을 나몰라라 하는 모습들, 이단 사이비 와 힘겹게 싸우며 고소고발 당하시며 고초를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도움은 커녕 무시하는 어이없는 태도들...

이 땅에 교회가 이렇게도 많은데 잃어버린 양을 찾기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극소수라니, 절망감이 들더군요.
기도는 크리스찬들의 생활이지요. 많은 크리스찬들은 무얼 위해 기도할까요? 사실 저도 저의 존재와 제가 하는 모든 언행은 오직 하나님께 영광돌리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사실을 현산에 와서야 깨달았습니다. 교회에 오래 다녀도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지를 모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골방에서 혼자만 기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합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의를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과연 주님이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실까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말 작고 보잘것 없는 일이라도 잃어버린 양을 위해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작게 나마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잃어버린 양이 제 가족이니까요. 하나님 아래에서 우린 모두 형제 자매, 가족이니까요.
댓글목록

노은경님의 댓글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제사장도 레위인도 그냥 지나가고, 천시받는 사마리안이 결국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었죠. 교회 열심히 다니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지만, 돌아 볼 줄 모른다면, 우린 그 앞서 지나쳐간 '이웃 아닌'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이인순 성도님 말씀이 맞아요. 누군가가 상처받고 피흘린다면 싸매주고 치료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그러나 일단 ' 그 사람'을 발견해야 겠지요.

차선미님의 댓글

저와 직접 관련된 일만 아니면 무감각, 무관심해지는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탈북자 문제든, 이단이든...사회 곳곳에 심각하게 고통받는 분들이 많음에도 평안하다 평안하다 하며 지내는 것이 아닌지 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