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밤에 제직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할머니와 먼저 집에 돌아갔던 영욱이가 또 집을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나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위치를 추적하는 추적기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듣는 순간 막막해지고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서 영진이와 엄마를 내려놓고 영욱이가 갈만한 곳을 찾아나섰습니다.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영욱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먼저 라페스타를 둘러보고 없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영욱이가 집을 나가면 지하철을 잘 타거든요. 최목사님께서 마침 전화주셔서 같이 찾아보시겠다고 하셔서 마두역으로 가시도록 부탁드리고 저는 주엽역을 향했습니다. 역안에 들어갔는데 기대와 달리 영욱이는 없었고 한참 기다려 보다가 대화역을 향했습니다. 대화역 플랫폼에도 영욱이는 없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는 차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차를 세워둔 주엽역으로 가려고 대화역 출구로 나와서 목사님께 영욱이는 아마 지하철에서 찾기 힘들 것 같다고 전화드리는 순간 건너 편에서 영욱이같은 아이가 뛰어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영욱이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다시 대화역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재빨리 저도 역 안으로 들어가 개찰구를 넘어가려고 하는 영욱이를 잡았습니다. 하마터면 엇갈릴 수도 있는 그 순간에 영욱이를 만난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영욱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안도하며 영욱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 여기까지는 여느 때 영욱이를 찾았던 것과 동일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욱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후 그 동안 집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가 전해주었는데 그 내용이 오늘 영욱이를 찾은 일을 특별한 일로 만들어주었던 것입니다.
차 안에서 영욱이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영진이가 들었겠지요. 제가 내려준 후 집에 들어가자 마자 엄마가 영진이에게 말했습니다
"영진아, 우리 영욱이형이 빨리 돌아오도록 기도하자"
엄마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까 거실에서 영진이가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습니다. 영진이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같이 기도하자"
"뭘"
"하나님, 영욱이 형 찾게 해 주시고 돌봐주세요"
영진이가 특유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눈감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엄마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울고 있는 엄마에게 영진이가 다가와서 말해주었습니다
"엄마, 하나님이 지켜 주세요"
"엄마, 하나님이 지켜주세요"
또랑또랑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면서 두 번을 반복해서 분명하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엄마는 영진이가 하나님께 기도한 후 확신에 차서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영진이는 그 후 편안하게 블록을 가지고 놀며 엄마의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잠시 후 제가 영욱이를 찾았다는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영진이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신 것이지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영욱이를 잃어버렸을 때의 답답함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영진이를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위로와 그에 대한 감사가 저희 모두의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연약하고 둔한 저희들에게 하나님은 그 분이 살아 계시는 것과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자신을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어릴 때 부터 교회에 나와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복되며 중요한 일인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아침 예배 안 드린다고 떼를 쓰다가 야단을 맞고 예배에 참여했던 영진이였지만 그 동안 계속해서 참여했던 이 예배를 통해 영진이가 하나님을 알게 되고 그 분께 기도할 수 있게 된 것이겠지요.
영진이를 잘 가르쳐 주신 주일학교 선생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주일학교 교사로서 말씀의 효력이 헛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분명히 나타날 것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가지고 말씀을 가르치는 이 일을 충실히 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영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하고 끝내려 합니다. 기도 후 부모인 저희 부부의 모습과 영진이의 모습에서 대조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기도하고서도 한편으로는 영욱이에 대한 걱정을 접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영진이는 기도 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 자의 모습으로, 확신가운데 거하는 편안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부모로서 찾기 전까지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하나님께 믿음으로 기도하는 자는 이러한 근심과 걱정으로 벗어나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오늘 영욱이의 외출이었습니다.